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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포럼] 안드로이드, 다양성과 파편화 사이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2-07-17 19:18:42 게시글 조회수 5911

2012년 07월 17일 (화)

ⓒ 블로터닷넷, 최호섭 기자 allove@bloter.net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하는 단말기는 몇 가지나 될까. 오픈시그널맵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려 3997개의 저마다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가 운영되고 있다. 서로 비슷한 제품도 있겠지만 화면크기부터 모바일 프로세서, 카메라, 센서, 운영체제가 모두 다르다.


이렇다 보니 친구의 스마트폰에서 되는 게임이 내 폰에서는 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만간 안드로이드는 PC게임처럼 ‘권장 스마트폰 규격’ 같은 표기를 해야 할 지경이다. 이렇게 제각각인 안드로이드의 문제를 꼬집는 ‘파편화’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


파편화는 안드로이드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안드로이드가 진화할수록 더 심해진다. 안드로이드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가 단말기들에 이제 막 깔리기 시작했는데 구글은4.1 젤리빈을 발표했다. 문득 모 개그 프로그램 코너의 “이거, 어쩌라는 걸까요?”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이 파편화에 대해 직접 안드로이드 응용프로그램(앱)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관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 일시 : 2012년 7월 13일 오후 5시
  • 장소 : 블로터 아카데미
  • 참가자 : 김태호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 회원, 윤제필 컬트스토리 대표, 최치환 파인원커뮤니케이션즈 모바일 솔루션팀 (이상 가나다순)
  • 진행 : 최호섭 블로터닷넷 기자


최호섭 : 하드웨어, 운영체제의 다양화가 결국 개발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는 듯 하다. 애플을 통해 나온 이야기지만 파편화라는 용어 자체가 맞다고 볼 수 있나?


김태호 : 용어가 나온 배경 자체가 아이폰이 먼저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아이폰은 하드웨어나 OS가 비교적 규격화돼 있는 반면, 안드로이드는 다양한 디바이스가 나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안드로이드의 특성이다. PC와 비교해보자. PC 모니터 크기나 하드웨어 구성을 두고 파편화라고 부르지 않는다. 운영체제나 앱을 돌리기에 더 좋은 하드웨어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드로이드 자체가 발전중인 플랫폼이다. 아직 안정화됐다고 말하기엔 멀었다. 개발하는 입장에서 보면 개발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으려면 다양한 형식의 단말기들을 통합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한데, 아직 구글은 운영체제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게임을 개발할 때 가장 곤란한데 개발자들 사이에서 이 수많은 단말기들에 해상도부터 그래픽까지 어떻게 일일이 다 맞출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구글의 역할이 필요하다.


최치환 : 하드웨어에는 파편화라는 말 자체에 동의한다. 단일화돼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운영체제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안드로이드는 매우 빠르게 진화되고 있어, 개발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반을 만들어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새로운 운영체제의 역할 자체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 덕분에 신규 앱 개발 자체는 쉬워지고 있다. 이전에 굉장히 어렵게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요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보면 이를 굉장히 수월하게 해주는 API들이 등장하고 있다. 업데이트가 잦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유지보수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안드로이드는 워낙 많은 업체들이 제각각의 단말기를 만들어낸다. 한 제조사가 10여종 이상의 제품을 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같은 제조사 제품이라고 해도 각각의 앱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은 안드로이드 자체가 부족한 부분이 많다.



▲ 최치환 파인원커뮤니케이션즈 전임. 현재 통신사에 공급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고 자바 카페의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호섭 : 이번 구글 I/O를 통해 소개된 젤리빈을 비롯해 안드로이드는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잦은 업데이트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김태호 : 안드로이드는 정기적으로 1년에 2번 가량 업데이트를 한다. 일단 구글 I/O에서 바라본 젤리빈은 개발자로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특히 운영체제 UI적인 면에서 속도를 개선한 점을 높게 산다. 젤리빈은 확연히 느낄 수 있을 만큼 매끄러워졌는데 이렇게 약점으로 꼽히던 부분이 하나씩 개선돼 가고 있다.


최호섭 : 특정 용도에 맞춘 SI쪽에서도 파편화가 문제시되고 있나?


윤제필 : SI쪽에서는 iOS보다 안드로이드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아무래도 쓰는 직원들이 많다보니 그런데, 특히 갤럭시 시리즈가 표준이라 할 만큼 많이 운영되고 있다. 아예 외주를 줄 때 갤럭시를 딱 정하는 경우가 많다. 숫자를 세어 본 것은 아니지만 70% 정도가 갤럭시 시리즈를 쓰고 있다. 국내 SI시장에서는 갤럭시에서만 잘 돌아가면 별로 문제가 없다. 개발하다보면 오히려 갤럭시가 표준을 따르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갤럭시에서 작동이 안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최호섭 : 그럼 갤럭시가 국내에서는 파편화를 최소화하는 하나의 플랫폼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윤제필 : 대개 고객사 직원들이 다양한 제조사의 단말기를 쓰고 있지만 가장 많이 쓰는 갤럭시S 시리즈에 맞춰 최적화한다. 이후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단말기에 대해서는 중요도에 따라 대응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간혹 안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행히 SI 업체들도 하나의 앱이 모든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지원해주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곤란한 경우를 겪는 일은 거의 없다.


김태호 : 갤럭시S는 당시 안드로이드 표준과 많이 달라서 고생했는데 삼성전자가 넥서스S를 만든 뒤부터 표준화가 굉장히 좋아진 바 있다. 국내에서는 갤럭시에서만 되면 큰 문제 없다는 분위기다.


최호섭 : 파편화 때문에 개발에서 가장 힘든 점은 어떤 부분인가?


김태호 : 개발자도 개발자지만, 디자이너가 특히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단말기 해상도가 다양하고 스펙도 다양한만큼 이를 잘 조정해 비슷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진 않다. 특히 디자이너가 단순 그래픽 외에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을 일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애를 먹는다. 차라리 개발자가 디자인을 직접 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판이다. 디자이너는 ‘왜 개발을’, 개발자는 ‘왜 디자인을’ 배워햐 하는가에 대한 고민들이 많다.


다행히도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디자인 가이드라인 웹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ICS 부터 UI에 대한 레퍼런스가 제공되면서 다양한 단말기에서 배경이 깨지지 않게 할 수 있는 요소 등 기본적인 문제부터 잡아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의 김태호 회원. 최근 구글 I/O에 참석했고 안드로이드 개발 관련 서적도 낸 바 있다.



최치환 : 동의하는 부분이다. 개발자들은 점차 노하우가 생기고 있고 구글이 표준을 제시해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은 개발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번 프로젝트마다 당황할 수밖에 없다. 단말기마다 다른 인터페이스에 어떤 부분을 어디에 넣어야 할지 알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디자이너에게 소소한 부분까지 다시 이야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기본 가이드만 가지고 직접 디자인을 수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하나만 만들어 넣으면 모든 단말기가 처리된다. 기본 가이드라인도 탄탄하다. 특히 UI 하나만 가지고 모든 해상도의 화면이 나온다는 점이 놀랍다.


최호섭 : 보통 몇 가지 단말기를 기준으로 개발하나?


최치환 : 통신사에 공급하는 앱을 개발하다 보니 그 통신사로 나온 단말기에 대해서는 모든 것들을 개발해야 한다. 해상도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LTE 단말기에서 720×1280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데 해상도별로 레이아웃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있었지만 지금은 큰 어려움 없이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단위 면적당 픽셀수만 따져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들이 많이 쓰이고 있다.


김태호 : 일반적으로 게임 같은 게 아닌 경우에는 폰과 태블릿으로 나눠 7인치까지는 일반적인 UI로 만들고 10인치 이상은 태블릿으로 분류해 따로 만든다. 표준에 기반해서 만들고 주요 단말기는 테스트를 하지만, 화면이 작거나 정사각형 해상도 등 특수한 단말기들은 이 과정에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최호섭 : 단말기에 대한 파편화가 문제인가, OS 파편화가 문제인가?


최치환 : OS 파편화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구글이 버전업하면서 바꾸거나 사라지는 API에 대해 두 버전 정도 전부터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있어 관심만 가지면 어느날 갑자기 작동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 등을 만들 염려는 없다. 하지만 제조사별로 생기는 하드웨어 조합의 파편화는 사실상 답이 없다. 다만 초기에 가장 애를 먹였던 해상도 문제에 대해서는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최호섭 : iOS도 현재 3개 스마트폰 외 아이패드, 아이팟 터치 등으로 파편화된다는 의견이 있지 않나?


윤제필 : 개발자들에게 OS 점유율이 공개돼 있는데 4.3 이상 이용자가 90% 이상이다. 현재 운용되는 3개 아이폰과 3개 아이패드, 여러 아이팟터치까지 다양한 기기가 있지만 4.3 이상의 운영체제만 마련된다면 특별히 고려해야 할 부분은 없는 편이다. 아이폰 이야기가 나왔으니 앱을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안드로이드 파편화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컬트스토리 윤제필 대표. 위자드웍스의 부사장을 지냈고 현재 여행서비스 트래블로그, 사진 편집앱 픽툰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최호섭 : 서비스하는 입장에서도 파편화가 문제를 일으키나?


윤제필 :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유통, 판매해야 하는 입장에서 안드로이드의 문제점은 스토어의 파편화다. 아이폰은 하나의 앱스토어에만 등록하고 관리하면 되는데 안드로이드는 우리나라만 해도 구글 플레이 외에 T스토어를 비롯한 통신 3사의 스토어에 공급해야 하고 심지어 삼성 앱스까지 운영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눈 앞이 막막했다. 또한 웹사이트별로 등록하는 프로세스와 요구 조건들이 다르다.


스토어가 여러개라는 것은 마케팅을 여러 곳에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애플은 하나로 처리할 수 있는 데 비해 안드로이드는 마케팅에 대한 힘이 분산된다는 의미다.


최호섭 : 최근 구글이 구글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밀려는 움직임 아닌가? 콘텐츠 소비 공간으로 199달러짜리 넥서스7까지 내놓은 걸 보면 다른 스토어들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김태호 : 구글 I/O에서 느낀 바로는 구글은 특정 국가 외에 현재 다양한 마켓이 운영되는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운영하는 T스토어가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는데 비해 한국의 구글 플레이는 거의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반면 미국에서는 플레이스토어에 음악, 동영상, 잡지 등 굉장히 풍성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구글 I/O에서 나눠준 넥서스7이 한국에 돌아와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졌다. 당연히 통신사의 스토어로 쏠리게 된다. 구글 플레이보다는 각 통신사들의 마켓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최호섭 : 어쨌든 안드로이드 단말기는 하루가 머다하고 새로 나오고, ICS조차 깔리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젤리빈과 그 이후 키라임파이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안드로이드 파편화 이슈는 미래는 어떻게 될까?


김태호 : 파편화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 파편화로 볼 것이 아니라 아니라 OS가 많아진다는 것은 파편화보다 자연스러운 업그레이드에 가깝다. 윈도우가 XP와 비스타, 7이 다 팔리는 현재 상황을 파편화라고 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보자. 새 기술은 나와야 하고 기존 버전에서 제약이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다.


결과적으로 안드로이드는 더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제조사들도 점차 하드웨어 개발의 노하우가 쌓이고 있으며 오류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구글도 UI와 다양한 하드웨어 지원에 대해 다양한 가이드를 계속 내놓고 있고 개발자 사이트에 특정 이슈들을 가져다 놓고 블로그처럼 설명한 자료들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개발자들도 익숙해져서 1~2년 뒤에는 파편화 때문에 개발이 어렵다는 이슈는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치환 : 안드로이드 자체는 더 많이 분열할 것이다. 오픈 플랫폼인 만큼 스마트폰 외에 TV도 안드로이드를 올리는 프로젝트도 늘어나고 있다.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이나 심지어 손목시계 등에 안드로이드가 쓰일 만큼 더 다양화될 것이다. 안드로이드의 강점이 이런 부분이다. 모든 IT 기기들이 통합, 호환, 연동되는 부분이 있다. 다만 업계에서 최소한의 규격은 지켜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윤제필 : 어차피 안드로이드는 운영주체가 구글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로 힘이 세어지려면 애플처럼 시장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구글도 서서히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드로이드는 절대적인 강자가 아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아이폰의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쓰는 운영체제라는 점을 놓치면 안된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대해 배려하지 않는다면 윈도우가 파고들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 본 내용은 (주)블로터 앤 미디어(http://www.bloter.net)의 저작권 동의에 의해 공유되고 있습니다.


[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18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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