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진,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소셜 만났죠”
2012년 07월 25일 (수)
ⓒ 블로터닷넷, 도안구 기자 eyeball@bloter.net
장진영 유엔진 대표를 처음 만난 건 2009년 2월이다. 2년이 훌쩍 넘은 후 다시 만났다. 페이스북으로 서로 연락을 하면서 지내온 덕분일까. 전혀 오랜만에 만난 것 같지 않았다. 유엔진은 국내 기반을 둔 오픈소스 기반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BPM) 솔루션 전문업체다. 기업 내부의 업무 활동 전반이 프로세스로 이어져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국내외 제품을 도입했다.
유엔진은 지난 6월 초 ‘제2회 유엔진 오픈 아키텍트의 날’ 행사를 마련했다.
행사장에서 잠시 만난 후 한 달여 만에 다시 회사를 찾았다. 여전히 BPM이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아팠다. “요즘 미디어에서는 빅데이터나 클라우드만 취재하고 전통적인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는 관심들이 없나봐요. 하긴 엔터프라이즈 2.0이라고 해서 난리 부르스를 쳤지만 그게 제대로 된 건 아니었으니까요. 저희 책임도 크죠, 하하.” 그 웃음에 미안함이 들었다.
대규모 고객 행사도 개최할 정도로 성장한 듯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5명이던 직원도 30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어떤 행사였는지 물었다.
장진영 대표는 “소셜BPM이라는 건데요. 이걸 개발하기 위해 아키텍처를 세 번 교체했습니다. 기존 BPM에 대한 반성도 이 제품을 선보이게 된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기존 BPM에 대한 반성이라니 무슨 말일까.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많은 솔루션 업체와 기업들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만들어 놓고 그대로 이 프로세스대로 직원들과 협력사들이 일을 하면 모든 업무가 한눈에 파악되고 일처리도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그런 기대에 맞는 영역이 있고 전혀 그렇지 않은 영역이 있었다. 가령 은행이나 증권, 보험회사처럼 ‘돈’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은 마련된 프로세스대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업종이었다. 제조라인도 마찬가지다. 이런 곳에는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전면에 나서야 하고 일을 하는 이들은 이 프로세스를 철저히 따라야 뒤탈이 없다.
그런데 프로세스가 전면에 나서자 지식노동을 하는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직원들의 자율성을 빼앗는 문제가 발생했다. 모두가 프로세스대로만 일을 할 뿐 전혀 아이디어를 내거나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소셜BPM이다.
너무 유행따라 가는 거 아닌가, 웃으면서 반격했다. 기자보고 ‘유행따라 기사를 쓴다’고 하더니 말이다.
장 대표는 크게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맥북을 열어 화면을 보여줬다. 모니터에는 4개의 화면이 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웃룩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가진 것과 트위터랑 비슷한 화면, 요즘 한참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로 주목을 받고 있는 핀터레스트 화면, 마지막은 페이스북 화면이었다.
임직원들은 이 4개의 화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이를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장 대표는 강조했다. 페이스북 화면에 로그인했더니 기업 업무 시스템이 페이스북처럼 돼 있다. 자기 부서는 물론 다양한 그룹들도 보였다.
요즘은 한창 휴가철이다. 그는 페이스북과 유사한 화면에 로그인한 상태에서 자기 게시판에 ‘휴가’라고 치고 콜론(:)을 치자 아래에 간단히 입력할 수 있는 창이 발로 열렸다. 그 창에서 자기 상사의 아이디를 치고 “부장님 저 언제부터 언제까지 휴가를 신청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를 입력하고 엔터를 치면 바로 휴가 신청 시스템으로 연동돼 상사에게 휴가서가 바로 날아가도록 했다.
그는 “업무 프로세스는 뒤에 숨어서 이를 지원해주면 됩니다. 굳이 휴가 계획서를 찾아서 입력을 하고 하는 번거로움을 아예 없애 버린 거죠. 그렇더라도 일이 프로세스대로 진행되지 않은 건 아니거든요”라고 말했다. 신기해 보였다.
핀터레스트 화면에 로그인하자 모든 업무 사항들이 이미지처럼 한 화면에 보였다. 모두가 SNS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면 된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이걸 만들어 내기 위해 아키텍처를 세 번 바꿨다고 한다. 그는 페이스북을 6개월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윈도우 PC도 맥으로 바꿨다. 맥으로 바꾸고 6개월 동안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그는 다시는 윈도우 환경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맥을 사용하면서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인터페이스부터 기능까지 아주 세밀하고 깊이 있게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을 하면서 인문학 책만 엄청나게 읽었다는 말도 전해줬다.
“UX, UX하는데 그게 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어요. 초기 BPM이 산업공학 기반의 접근이었다면 소셜BPM은 정말 사용자 중심의 제품입니다. 해외 BPM 업체들도 모두 소셜 BPM을 전면에 내세우고 엄청나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저희 고객들과 공유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는 6개월간 인문학 관련 책을 수십권 읽었다고 전했다. 머리로 아는 사용자 경험이나 소통, 개방, 공유가 아니라 실제 조직도 그렇게 운영해보면서 마련한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장진영 대표는 최근의 이런 흐름과 관련해서 “비용과 품질은 더 이상 ‘메이드 인 차이나’를 이길 수 없습니다. 아이폰도 중국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은 무엇일까요. 창의적인 생각들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수 있을지, 각 구성원들이 가진 지식과 지혜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면 중국이나 유사한 나라와 경쟁 자체가 안됩니다. 지속가능한 프로세스와 지식과 지혜의 교류를 위해서도 이런 제품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죠. 프로세스 중심에서 소통중심으로 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3년간 세 번의 아키텍처를 바꾼 이유다.
한편, 유엔진은 오픈소스 클라우드 IDE(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와 비즈니스 프로세스 PaaS(Platform as a Service)인 ‘U클립스’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장진영 대표는 “PaaS 위에서 다양한 프로세스들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겁니다. 수많은 콤포넌트들을 서로 조합해 서비스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 이런 것들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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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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