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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현 | jihyun@bloter.net / 2017-01-05


프로그래머는 컴퓨터라는 도구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와 비슷하다. 과거 프로그래머는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만 무엇인가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활동이 하드웨어 영역까지 확장됐다. 이른바 ‘메이커(Maker)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이 메이커 문화를 부흥시킨 기술 중 하나가 바로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다. 프로그래머의 장난감이자 최근에는 코딩 교육 도구로 각광받고 있는 ‘미니컴퓨터’ 라즈베리파이에 대해서 알아보자.


▲ 라즈베리파이 로고 (출처: 라즈베리파이재단 홈페이지)

▲라즈베리파이 로고 (출처: 라즈베리파이재단 홈페이지)


교육용 목적으로 만들어진 초소형 컴퓨터


라즈베리파이는 교육용 목적으로 개발된 초소형 컴퓨터다. 신용카드 크기의 작은 컴퓨터로, 출시 직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라즈베리파이에 대한 첫 아이디어는 2006년 에벤 업톤(Eben Upton), 롭 멀린스(Rob Mullins), 잭 랑(Jack Lang), 앨런 마이크로프트 (Alan Mycroft)가 진행한 프로젝트다. 라즈베리파이재단 공동설립자인 네 사람은 당시 영국 캠브리지대학 컴퓨터과학과 연구실 교수 및 박사과정 학생이었다. 이때만 해도 컴퓨터과학을 지망하는 신입생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는데, 공동설립자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었다. 그 해결책이 바로 작고 저렴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네 사람은 작은 컴퓨터의 초기 모델을 디자인했으며, 2008년 노코트 테크놀로지스(Norcott Technologies)의 엔지니어였던 피트 로마스(Pete Lomas)와 게임 개발자였던 데이비드 브라벤(David Braben)을 영입해 본격적으로 ‘라즈베리파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생산했다. 공동설립자 중 에벤 업톤은 현재 라즈베리파이재단의 CEO이며, 라즈베리파이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기획하는 일을 책임지고 있다. 에벤 업톤은 재단 활동 외에 인텔, IBM 등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지금은 통신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의 아키텍트 일도 맡고 있다.


▲에벤 업톤 라즈베리파이재단 공동설립자 겸 CEO

▲에벤 업톤 라즈베리파이재단 공동설립자 겸 CEO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가장 만저 정해야 하는 게 바로 이름이다. 제품 이름으로는 다소 독특한 ‘라즈베리파이’란 이름은 어떻게 나오게 됐을까? 라즈베리파이재단 설립이 논의되던 무렵 ‘애플(Apple)’, ‘에이콘(Acorn)’과 같은 과일 이름을 가진 회사가 꽤 관심을 성장하고 있었다. 설립자들은 농담삼아 “우리도 한번 과일 이름으로 시작해볼까”라고 의견을 모았고, 산딸기를 뜻하는 ‘라즈베리’란 단어를 찾았다.


영어에는 ‘라즈베리를 불다(blowing a raspberry)’라는 숙어가 있는데, 장난스럽게 야유하며 입으로 ‘푸우’ 소리를 내는 걸 의미한다. 다시 말해, 라즈베리는 앞에 있는 것에 대해 반감을 장난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다. 설립자들은 ‘우리는 이전에 하지 않았던 일을 해볼 거거든!’이란 메세지를 주기 위해 라즈베리를 선택했다고 한다. 파이(Pi)는 원래 수학에서 사용하는 그리스어이지만, 어린아이들은 이 단어를 보고 먹는 파이(Pie)를 떠올리게 해 관심을 유도하려고 했다고 한다. 또한 초기에는 라즈베리파이에 파이썬 언어를 주로 지원할 것을 염두해 파이라는 단어가 최종적으로 붙었다고 한다.


2012년 처음 공개된 라즈베리파이 첫 번째 모델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첫 해에만 100만대가 팔려나갔다. 이후 다양한 교육 업체가 라즈베리파이를 생산하면서 2015년 기준 800만대 넘게 라즈베리파이 제품이 판매됐다.


부품을 자유롭게 교체해 원하는 기능 구성


▲‘라즈베리파이3’ 모델 (출처: 위키피디아. CC BY-SA 4.0)

▲‘라즈베리파이3’ 모델 (출처: 위키피디아. CC BY-SA 4.0)


컴퓨터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노트북이나 데스크톱PC를 생각하게 된다. 초소형 컴퓨터, 신용카드 크기 정도인 컴퓨터는 어떻게 생긴 것이고, 어떻게 작동될까? 일단 라즈베리파이를 ‘초소형 컴퓨터’라고 부르는 이유는 컴퓨터의 최소 구성요소와 부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살펴보자. 본체를 분해하면 케이스 안에는 메인보드라는 넓고 얇은 판과 각종 부품들이 들어 있다. 메인보드에는 전원을 연결해주는 부품, USB 단자를 연결해주는 부품, 파일을 저장할 수 있는 디스크, CPU 등이 담겨 있다. 이를 잘 포장하고 모니터와 키보드 등과 연결해‘세트’로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컴퓨터다.


라즈베리파이는 키보드, 모니터 등을 뺀 단일 보드만으로 구성됐다. 다시 말해 컴퓨터 일부 부품인 셈이다. 누군가 보면 미완성으로 그친 제품일 수 있지만, 프로그래머에게는 나만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된다. 컴퓨터는 이미 보드에 정해진 기능이 있고, 확장할 수 없다. 하지만 라즈베리파이로 사용자가 원하는대로 기능을 확장하거나 용도를 변경할 수 있다. 모니터와 마우스를 연결하고 그 안에 운영체제를 설치하면 라즈베리파이는 일반 PC가 되고, 그 안에서 문서를 작성하거나 웹브라우저를 실행할 수 있다. 카메라 모듈을 연결하면 디지털 카메라가 된다. 각종 센서 모듈을 연결하면 사물인터넷 제품을 만들 수 있고, 게임기 버튼과 디스플레이를 결합하면 휴대용 게임기도 만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제품들이 당장 외부에 판매할만큼 수준이 높진 않을 수 있다. 일종의 취미와 창작 형태로 라즈베리파이를 쓰기엔 가격이나 성능, 확장성 모두 매력적이다.


▲라즈베리파이로 만드는 DIY PC ‘카노’. 가운데 하얀색 통 안에 라즈베리파이가 들어 있으며, 모니터와 키보드를 연결해 PC를 만들었다. (출처: 킥스타터)

▲라즈베리파이로 만드는 DIY PC ‘카노’. 가운데 하얀색 통 안에 라즈베리파이가 들어 있으며, 모니터와 키보드를 연결해 PC를 만들었다. (출처: 킥스타터)


라즈베리파이 버전은 1에서 3까지 출시됐으며, 새 버전마다 네트워크 속도나 전력, CPU 기능 등이 개선되고 있다. 기본 모델의 가격은 25-35달러, 우리돈 3-4만원으로 기존 컴퓨터에 비해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라즈베리파이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기본 보드 외에 자주 쓰는 모듈이나 확장 부품, 센서 등을 묶어 판매하기도 한다. 라즈베리파이재단은 제품을 직접 판매하진 않고, 유통점에 판매를 위탁하고 있다.


▲라즈베리파이로 오디오 및 시계를 만든 예시

▲라즈베리파이로 오디오 및 시계를 만든 예시



라즈베리파이재단은 2015년 11월, ‘파이제로’라는 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파이제로는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대폭 낮춘 5달러, 우리돈 약 6천원에 판매되는 초소형 컴퓨터다. 에벤 업톤 라즈베리파이재단 공동설립자는 홍보 동영상을 통해 “고가의 IT 기기들은 컴퓨터를 배우는 데 큰 장벽이었다”라며 “가격를 낮춘 컴퓨터를 내놓아 누구나 쉽게 코딩이나 컴퓨터를 익힐 수 있게 돕고 싶었다”라며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파이제로 (출처: 라즈베리파이재단 블로그)

▲파이제로 (출처: 라즈베리파이재단 블로그)



라즈베리파이가 만든 생태계


라즈베리파이가 인기를 끌자, 이를 모방한 제품도 줄을 잇는 모습이다. ‘허밍보드’나 ‘바나나파이’, ‘갈릴레오’ 등 라즈베리파이와 유사한 초소형 컴퓨터도 출시되고 있다. 아두이노는 라즈베리파이와 함께 메이커 문화를 이끄는 양대 기술로 자리잡았다. 앨런 마이크로프트 캠브리지대학 교수 겸 라즈베리파이재단 공동설립자는 이러한 트렌드에 대해 “과거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대학교 박사과정 학생처럼 일부 집단만 다루고 만들 수 있었으며, 가격도 너무 비쌌다”라며 “최근에 부품 가격이 저렴해지고 하드웨어 디자인이 개방돼 다양한 방식으로 컴퓨터를 만드는 시도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인기 배경을 설명했다.


비슷한 제품을 제치고 라즈베리파이가 유독 인기가 있는 이유로 활발한 커뮤니티를 꼽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 ‘라즈베리파이’를 검색하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라즈베리파이로 만든 다양한 제품과 활동을 볼 수 있다. 라즈베리파이재단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관련 문서와 활용법을 손쉽게 찾을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를 공유하고 있다. 앨런 마이크로프트 공동설립자는 커뮤니티 참여자가 1천명이 훨씬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라즈베리파이는 또한 오픈소스 기술인 덕분에, 다른 기관이나 기업이 이를 기반으로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상업화하면서 생태계가 더욱 커질 수 있었다.


▲라즈베리파이재단은 ‘파이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초중고 교사에게 코딩 교육과 관련된 세미나 및 교육법을 알려주고 있다. (출처: 라즈베리파이재단)

▲라즈베리파이재단은 ‘파이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초중고 교사에게 코딩 교육과 관련된 세미나 및 교육법을 알려주고 있다. (출처: 라즈베리파이재단)


라즈베리파이재단도 교육 활동을 통해 라즈베리파이를 확산시키고 있다. 현재 라즈베리파이재단은 다양한 교육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교육 프로그램에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파이카데미’라는 교사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2016년12월에는 영국 온라인 교육 플랫폼 퓨처런을 통해 교사와 학생을 위한 라즈베리파이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공개했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 어린이 코딩 교육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라즈베리파이를 활용한 수업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라즈베리파이가 어린이 코딩 교육도구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라즈베리파이재단은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캠브리지대학 등 다양한 기관 및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후원을 기반으로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에는 100만 파운드, 우리돈 약 14억원을 투자받았다.


※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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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269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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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7.01.06
15:59:41 (*.162.24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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