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SW 소식

2017년 4월 20일 (목)

ⓒ 블로터닷넷, 이지영 기자 izziene@bloter.net



지난 4월12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코드게이트2017’ 행사 기조연설에서 오드리 탕이 강조한 ‘투명한 정보’, ‘소통의 현장’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 이상이었다. 그가 지난주 한국에서 보낸 일정은 고스란히 웹사이트에 올라왔다. 기자간담회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행사에서 무엇을 발표했는지, 어느 매체와 인터뷰했는지 시간 순서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각 행사 일정과 내용은 동영상으로 문서로 확인할 수 있다. 약 2700km 정도 떨어진 한국에서 말이다.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총괄 무임소장관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총괄 무임소장관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총괄 무임소장관은 자신의 업무 일과와 진행 상황을 온라인 웹사이트 ‘PDIS(Public Digital Innovation Space)’로 공개한다. 공공 업무의 투명성과 책임감,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다. 특정 정치인이 지휘하는 국가가 아닌,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지난 4월12일 한국을 찾았을 때 일과가 PDIS 웹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다.

지난 4월12일 한국을 찾았을 때 일과가 PDIS 웹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다.


기밀을 이유로 대통령이 언제 어떤 업무를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없고,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신문이나 TV 같은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민간 디지털 산업 사업자가 추진해야 할 구체적인 목표는 직접 세우면 될 일이다. 정부의 역할은 사회 내 각종 네트워크(일반시민, 정치권, 운동권 등)가 상호 정보 교류를 정기적이고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오드리 탕


‘PDIS’,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고 소통할 권리


지난 2016년 대만은 정치 경력도 없고, 공직 분야 경험도 없는 35세 프로그래머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최연소 장관으로 이례적인 발탁이었다. 인사 혁신으로 불렸을 정도다.


그의 업무는 공공정책 분야에서 정부와 시민 간 소통을 구축하는 일이다. 국가의 정책과 관련해 시민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소통하는 일종의 디지털 장관이라고 할까.


“나는 국가의 정책을 선전하는 존재가 아니다. 지식과 힘을 바탕으로 더 큰 조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창구가 되겠다.”


오드리 탕 대만 장관의 취임사다. 그는 취임하고 난 직후 자신의 업무를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일과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퍼블릭 디지털 이노베이션 센터’를 꾸리고 이를 공공분야에 적용했다. 정부 데이터를 개방해서 공유해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오드리 탕이 디지털 장관으로 있는 한 누구든 온라인으로 그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똑같은 질문이 들어와도 매번 답을 한다.



그가 일하는 디지털부는 따로 부처가 없는 곳이다. 대만 내 모든 행정기관이 협력하고, 그 일을 공개하는 게 오드리 탕 대만 장관 일이다. 서류로 일과를 작성하면, 디지털로 바꿔서 모두가 볼 수 있게 공유한다. 종이 기반의 기존 업무에 디지털 도구를 도입해서 방식을 바꾼다. 그가 진행하는 모든 회의는 실시간 회의록으로 만든다.


“TV나 라디오는 이를 시청하고 청취하는 몇 명에게 따로 시간을 내어 얘기할 수 있지만, 디지털 정보는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법으로 공유할 수 있잖아요.”


오드리 탕이 맡은 업무 일과 진행 상황은 해당 일과 시작 후 10일 이내 PDIS(Public Digital Innovation Space)로 공유한다. 메뉴 화면에서 ‘트랙’을 클릭하면, 그의 일과를 시간 순서대로 볼 수 있다.



행정부 공무원 업무량을 줄일 수 있는 자동화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정말 사람이 필요한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워크플로우 개념을 도입해서 활용했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는 오리드(ORID, Objective, Reflective, Interpretive, Decisional), 프로젝트 참여 과정에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을 끌어내는 디자인 방법론인 ‘비즈니스 오리가미(Business Origami)’,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주제를 한정해서 일 처리 방식을 돕는 ‘칸반(Kanban)’ 등을 도입했다.


“PDIS 같은 웹사이트를 제대로 꾸리기 위해선 부처별 공무원 도움이 절실합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공무원이 10시 넘어 퇴근하는 등 야근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작업을 추진한다고 초과 근무를 맡기기란 쉽지 않죠. 그래서 업무량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디지털 작업을 고민했습니다. 공무원이 삶의 질을 무시하고 모든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면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물론 이런 과정과 문화가 오드리 탕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다.


지난 2014년 대만에 국민 참여 투명성 운동 바람이 불었다. 대만 국민당 정부 국회의원이 대중국 무역협정에 대해 제대로 심의하지 않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대만 시민 50만명은 국민 동의 없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정부에 대해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가 검은 옷을 입고 해바라기를 든 채 행진을 벌여 ‘해바라기 운동’으로 불리기도 한다.


당시 오드리 탕은 오픈소스 진영 개발자와 함께 ‘거브(g0v) 제로’를 통해 대만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참여 운동을 벌였다. 오픈소스를 이용해 시위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데이터로 수집해 시각화해 웹사이트로 공유했다. 그 결과 더 많은 대만 시민이 시위 진행 과정에 관심을 보였다.


“기존엔 정부가 ICT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다고 서로 비난을 했는데, 거브 제로 운동으로 시민이 참여하는 데 기술이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지요. 다양한 사람의 평등하게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이 필요할까를 고민했습니다.”


‘POL.IS’, 모든 이해관계자가 얘기할 수 있는 창구


요즘 디지털 장관으로 그가 주력하는 분야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공공서비스 부분을 바꾸는 일’이다. 모바일 기술을 이용해서, 인공지능과 VR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공공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지 관심이 높다.


“시위하는 모습만 보아도 기술이 많은 것을 바꾸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유독 느리게 일어나는 곳이 공공 부문입니다. 전자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서 일 처리 속도가 개선되지 않습니다. 관료주의적 행정 문제는 대만도 여전합니다. 여전히 디지털화가 되지 않은 문서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지요. 기술 외 문화적 변화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대만은 공공데이터에 대한 정책을 2005년부터 준비했다. 누구나 공공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오드리 탕은 이 데이터를 사람이 쉽게 조작해서, 작업할 수 있게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데이터에 의존해서 정책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신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데이터도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에 대해서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변화를 위해서 오드리 탕 장관이 선택한 수단은 또 다른 수단은 경청이다. ‘정부가 이렇게 정책을 만들었으니, 사람들이 다 알 거야’라는 입장이 아니라, ‘시민은 이 기술과 법안, 사회 정책에 대해서 모를 것이다’란 자세로 접근하는 식이다. 하나의 정책을 구상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디지털 변화를 공공부문에 최대한 활용해 구식에서 벗어나 열린 정부로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게 ‘Pol.is(폴리스)’다. 공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로 간 질문을 주고받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만들었다. 같은 질문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다이어그램 등으로 볼 수 있다.


정부 정책을 비롯해 산업 흐름과 같은 주제에 대해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르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볼 수 있다. 과거엔 정부 과제를 만들 때 민간 기업과 전문가 의견을 주로 반영했는데, 여기에 일만 시만 의견은 소외됐다는 생각에 만들었다. 폴리스는 누구나 쉽게 웹으로 참여할 수 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생각을 폴리스에 쏟아낼 때마다 고도화된다.


“민간이나 시민사회는 아이가 아니라 충분히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관료 측에서 모든 결정을 내리고 3~8년 뒤를 내다보는 게 아니라, 모든 이해 관계자가 의견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 경험 과정을 융합해서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지요. 여기서 정부 역할은 새로운 규칙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규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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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277495]

조회 수 :
235
등록일 :
2017.04.20
17:53:08 (*.162.24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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