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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실패도 “It’s okay”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7-03-31 01:30:03 게시글 조회수 3869

2017년 3월 29일 (수)

ⓒ 블로터닷넷, 권도연 기자 kwondydy@bloter.net



논문 완성 과정을 재밌게 표현한 인터넷 ‘짤’이 있다. 최초 논문 디자인은 그럴듯한 고양이었으나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코끼리도, 사람도 아닌 희한한 형태의 결과물이 탄생한다는 것. 하지만 그동안 온갖 고생을 함께했기에 저자는 결과물을 사랑스럽게 간직한다.


논문의 완성 과정(사진=인터넷커뮤니티)

논문의 완성 과정(사진=출처 불명)


창업의 꿈도 비슷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자신감 있게 시작해서, 여러 사람이 모이고 뒤섞인다. 하지만 결과를 대하는 방식에선 칼바람이 분다.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 벤처투자자(VC)의 투자를 받고 회사를 일궈내는 과정에서 창업자는 누구보다 자신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전 세계 창업가들의 꿈의 무대인 실리콘밸리에선 현실 인식이 특히나 더 중요하다. 실리콘밸리는 수많은 혁신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중엔 한국인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중 80% 이상이 실패를 겪는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다.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대박을 터트리기 위한 메이저리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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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17 행사장 사진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17 행사장 사진


한국인 실리콘밸리 도전자들을 위해 현실적인 조언을 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3월28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네이버 주최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17’ 행사가 열렸다. 실리콘밸리에 도전하는 한국인들에게 현장을 겪어본 사람들이 현실적인 조언을 줄 수 있는 자리를 가졌다.


트로이 말론 발표 장면

트로이 말론 발표 장면


첫 번째 세션은 ‘실리콘밸리인이 바라본 한국 스타트업’을 주제로 진행됐다. 스타트업 위블리의 국제담당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트로이 말론이 나섰다. 그는 어제저녁 비행기로 한국에 날아와 생생한 실리콘밸리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트로이 말론의 세션은 ‘아이러브코리아’에서 시작되어 ‘아이러브코리아’로 끝났다. 그는 1991년 선교사 활동으로 한국에 들어와 1993년까지 서울, 원주 등에 살았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에버노트의 아시아 담당 부사장을 역임해 한국에 자주 방문했다. 그래서 한국어도 꽤 할 줄 안다. 발표 중간중간 “핵잼이에요” “대박이에요”와 같은 말들로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한국을 깊이 알고 있는 실리콘밸리인인 만큼, 트로이 말론은 한국 특유의 비즈니스 문화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조언을 던졌다.


먼저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람들은 성공을 매우 갈망한다. 미국도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두 국가가 지향하는 성공엔 차이가 있다. 미국은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실패한 사람에게 ‘또 해’라는 조언을 한다. 언어에서도 차이는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take it easy’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은 ‘수고하세요’라고 한다. 더 열심히 일하라는 것이다. 이런 차이점은 한국인으로 하여금 성공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을 부추겼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릴렉스한 마음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트로이 말론 발표 장면

트로이 말론 발표 장면


완벽한 이력서에 집착하지 말 것도 주문했다. 실리콘밸리에선 어차피 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고, 이력서의 질도 높다. 당신이 무언가 당장 할 수 있는 사람임을 보여줘야 한다. 자신이 가진 능력이 회사의 어떤 지점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트로이 말론은 위블리의 채용을 예시로 들면서 “우리는 당신의 일적인 능력이 아닌, 개인적 흥미에 얼마나 깊이 있게 파고들 줄 아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라며 “취미가 영화 보기라면 우리는 영화가 그 사람의 삶을 얼마나 바꿨는지를 듣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회사의 아이디어 발전에 더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트로이 말론은 ‘두 명이 항상 동의하면, 둘 다 있을 필요가 없다(If you and i always agree, one of us is irrelevant)’라는 문구를 소개하며,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들은 말하는 것을 종종 두려워한다. 특히 그것이 대표를 향한 말이라면 더 두려워한다. 하지만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다른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할 줄 알아야 한다. 의견을 취합하고, 의견을 바꿔가는 과정에서 회사가 발전한다.


스스로를 자신 있게 소개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겸손해서 자기 이야기를 밖으로 잘 꺼내지 않는다. 트로이 말론은 자신의 친구 알렉스 하에 대해 소개했다. 알렉사 하는 실리콘밸리에 올 당시 영어도 전혀 못 했고 아직도 여전히 사투리 같은 억양의 영어를 구상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매너 있고 적극적이게 소개했으며,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매우 성공했다.


폴 유의 발표 장면

폴 유의 발표 장면


500스타트업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스타트업 VC다. 두 번째 세션을 담당한 한국계 미국인 폴 유는 500스타트업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다. 임정욱 대표는 폴 유를 소개하며 “5년 전, 500스타트업스가 500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고 했을 때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속으로 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지금 1800개가 넘은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라고 말했다. 500스타트업스는 2015년 한국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김치펀드’를 조성했으며, 현재 20곳 이상에 투자했다.


폴 유는 ‘실리콘밸리 VC가 바라본 한국 스타트업’을 주제로 세션을 진행했다. 투자자의 시선에서 한국인 스타트업 창업자를 바라보며 느낀 점들을 밝혔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 시장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있었다. 한국인들의 우수한 재능과 교육 수준, 인프라 및 투자자금에 대해 좋은 평가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 대해 적극적이고 혁신적 정책을 유지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좋게 평가했다. 전세계를 상대로 투자를 결정하는 회사인 만큼 각국의 스타트업 정책을 예민하게 접해본 결과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도전자들에게는 ‘솔직함’을 주문했다.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도전자들은 자신의 이력이나 교육 수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그들은 충고 듣는 것을 싫어하고, 자신의 약한 모습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부끄러움의 문화적 정서가 강해 이런 단점이 더 극명하다. 폴 유는 “투자자에겐 솔직하고,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 솔루션을 제시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마케팅, 투자, 영업, 채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했다.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직원에 대해 돈을 아끼는 모습을 보이다간 그 직원을 잃을 수도 있다. 한 푼 아끼려다 큰돈을 잃게 되기도 한다. 스타트업에 합류한 직원들은 창업자에게 투자한 것과 같은 셈이다. 직원을 행복하고 기쁘게 만들어서 회사에 꾸준히 있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폴 유의 발표 장면

폴 유의 발표 장면


폴 유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실패 또한 지켜본 사람이다. 그 누구보다 창업자들의 실패 두려움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당신만의 창업 경험을 소중히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창업을 하고, 기업가로서 기업 문화를 만들고 경험하고, 관련 커뮤니티를 계속해서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실패는 “It’s okay”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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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27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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