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방형 문서’ 확대로 호환성 해소

정부가 '개방형 문서' 서식을 일부 도입함에 따라, 정부산하기관, 학교 등에서 독점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한글과컴퓨터 워드프로세서 '한글' 입지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토종 소프트웨어 보호를 위해 문서 프로그램으로 '한글' 사용을 권장해왔고, 정부기관과 초중고등학교 등에서 대부분 문서를 '한글'로 작성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안전행정부는 국민이 제출하는 민원 신청서와 개방형 직위 공무원 응시원서에 대해 '개방형 문서' 서식(open document format, ODF)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민원 신청서 파일을 편집하려면 한글워드프로세서(HWP) 같은 유료 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해야 했다.

ODF 방식은 네이버, 구글 등 포털에서 제공하는 오피스 프로그램 그리고 무료 프로그램인 오픈오피스(OpenOffice) 혹은 리브레오피스(LibreOffice) 등을 사용해서 작성할 수 있다.

운영체제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뿐 아니라 애플 맥OS, 리눅스, 크롬 등 다양한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안행부 ODF 파일 지원에 이어 순차적으로 ODF로 민원 서식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서비스와 문서가 특정 소프트웨어에 종속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나왔지만, 대체할 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이유로 유지돼 왔다.

국내 SW업계는 정부 웹서비스가 MS 익스플로러 브라우저와 액티브X에서 원활히 동작하고, 문서 대부분이 '한글(HWP)'파일로 만들어져 접근이 어렵다는 것을 지적해 왔다.

하지만 최근 웹표준화, 개방형 문서 서식의 확대로 업계 상황이 변한만큼, 웹서비스와 문서 환경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SW업체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문서를 비롯해 대부분 문서들은 ODF 방식을 지원해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웹에서 바로 볼 수 있다"며 "HWP 파일은 일부 포털에서만 읽기 방식을 지원하며, 하위 호환성이 없어 오래된 버전의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은 최근 문서를 읽을 수 없다"고 말했다.

SW업계는 앞으로 정부에서 만드는 문서 경우 ODF 방식으로 작성하고, 기존 HWP문서도 ODF로 변환해 접근을 쉽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방형 문서 서식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개소프트웨어 사용 확대 정책에도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SW업계에서는 수년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한글' 중심의 문서 환경을 개방형 표준으로 바꿔 다양한 사용자들의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오픈소스 SW업계에서는 한글과컴퓨터가 '한글' 파일에 대한 정보 공개를 제한해, 호환성이 있는 프로그램 만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글과컴퓨터 측은 정부의 ODF 도입으로 인해 한글 입지가 줄어드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입장이다.

또, HWP 파일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SW업계의 주장과 달리 충분히 정보를 제공해 왔고, 호환성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한글도 문서에 대한 정보를 이미 수년 전에 공개했으며, ODF도 지원하고 있다 며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서식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호환성이 완벽하지않는 것이나, 관련 인력과 시간이 많이드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한편, 해외 각 국에서도 개방형 표준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개방형 문서 서식을정부 표준 문서로 지정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22일 정부기관에서 사용하는 문서를 개방형 표준으로 지정했다.

앞으로 영국 정부에서 작성하고, 외부로 제공되는 문서는 ODF 방식을, 편집기능 없이 제공되는 문서는 PDF나 HTML 형태를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