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진단]⓵구름 속에서 길을 잃다
2012년 05월 10일 (목)
ⓒ 블로터닷넷, 도안구 기자 eyeball@bloter.net
사진 출처 : 플리커 CC BY Bahman Farzad
지난 몇 년간 IT시장 조사 업체와 IT 글로벌 벤더들은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미디어들도 이런 흐름에 맞장구를 쳐 왔다. 모두가 발전소를 소유해서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지 않듯이 IT 분야도 특정 사업자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쓴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급변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가트너는 매년 가을 발표하는 전략 기술 설명회에서 2010년과 2011년 첫 번째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꼽았다. 2012년인 올해는 10위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꼽았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전략 기술의 순위에서 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도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11년 세계 31조원에 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2014년에는 60조원으로 성장하고 국내도 2011년 1604억원에서 2014년 4985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치였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역사를 쓰고 있는 아마존의 행보는 이런 예측이 보수적으로 집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다.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매출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2006년 사업 첫해 800만 달러에 달하던 매출이 2010년 3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 미국 투자은행 UBS는 올초 AWS의 매출이 2012년 10억 달러를 넘어서고 2014년에 25억 4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기 매출은 작았지만 인터넷 기업 뿐아니라 전세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이 신속한 시장 대응 차원에서 AWS를 사용하면서 매출 향상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전망치 때문이었는지 국내는 KT나 SK텔레콤,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는 물론 삼성SDS, LGCNS, SKC & C 등 IT 서비스 업체 빅 3도 관련 사업부를 신설하고 관련 사업에 나섰다. 또 정부도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가 모여 5년 내 클라우드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내놓고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돌아가는 모양새는 뜬구름 이야기하다가 무엇을 할지 본질을 잃고 허둥지둥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만병통치약 혹은 요술지팡이가 된 듯한 느낌이다. 갈지자 행보는 그마나 나은 편이다. 엉뚱한 곳을 향해 가속기를 밟다가 난간을 들이받고 사경을 헤메이고 있는 기업도 있고, 망망대해에 나침반 없이 배를 띄웠다가 길을 잃고 헤메다가 좌초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하나의 배 안에서 서로 다른 정치적인 이해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냥하고 발포하는 상황도 연출된다. 결과적으로 서비스 런칭은 안돼고 시간만 까먹고 빠른 시장 대응에도 실패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정작 무엇을 할 것인지 명확한 목표를 세우지 않고 “남들이 하는데 우리는 안하냐”는 경영진의 독촉에 부랴부랴 팀을 꾸리고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길을 잃고 울상에 빠진 이들도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최고의 목표는 비용절감이라고 목놓아 외쳤던 IT 외산 벤더들은 정작 국내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내부 사례를 제대로 제시하지도 않았다. 자신들도 연구개발 센터의 서버들을 통합한 수준에서 모든 해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과대 마케팅을 펼치다가 고객들의 신뢰를 잃기도 한다.
이들이 던진 초기 메시지에 주목했던 경영진들은 클라우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자 “비용 절감된다더니 왜 이리 돈이 많이 드느냐”고 역정을 낸다. 그래서 실무팀에서는 자조섞인 이야기가 들린다.
“도대체 우리 경영진들이 들은 클라우드는 어떤 것일까? 도대체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한 거야?”
경영진이 생각하는 클라우드와 IT 실무팀이 생각하는 클라우드, 현업이 원하는 클라우드, IT 벤더가 원하는 클라우드는 서로가 다르다. 동상이몽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듯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선도 기업들은 아이러니하게도 IT 벤더들이 아니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맹위를 떨쳤던 아마존이 뜬금없이 인프라를 빌려주겠다(IaaS: Infrastructure as a Service)며 2006년부터 시장에 뛰어들었고, 구글이 구글앱엔진(PaaS: Platform as a Service)와 메일과 채팅, 사무용 오피스를 공짜로 쓸 수 있도록 구글앱스(SaaS: Software as a Service)를 제공하면서 자신의 영토를 하나씩 넓혀가고 있고 이에 뒤질세라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애저를 통해 IaaS, PaaS, SaaS를 모두 먹겠다고 나섰다. 이들의 행보를 관련 업계에서는 퍼블릭 클라우드라 부른다. CRM 분야에서 SaaS를 제공해 왔던 세일즈포스닷컴은 이제 시장은 우리의 시대라고 호언장담하면서 이런 흐름에 올라탔다.
VM웨어나 시트릭스, 마이크로소프트, IBM이나 오라클, HP, 델, 시스코, EMC 같은 기업들은 해결사로 자처하면서 고객에게 수많은 카드를 제공하고 있지만 속이 타 들어가기는 마찬가지다. 고객들에게 클라우드 컴퓨팅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요술 방망이라고 했던 말이 비수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빅데이터까지 튀어나왔다. 고객들은 클라우드 컴퓨팅도 제대로 구현이 안되어 있는데 빅데이터까지 대응해야 하는 이중고에 몰리게 됐다고 하소연이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인터넷 기반 기업이라는 사실이고 대부분 서비스 회사들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이 등장한 지 30년이 지났고 이를 기반으로 수많은 서비스 회사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지난 20여년간 혹은 10여년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술 문제와 운영, 개발을 위한 풍부한 인력들을 확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동안 웹 기술에 대해 제대로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던 국내 통신사들이나 대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기술의 등장은 상당히 낯설고 당혹스럽다. 또 기업 내부의 시스템들과 외부 서비스용 시스템들은 그 접근 방식이 상이하다. 핵심 업무가 다운되지 않도록 하는 인프라 구축에 익숙해진 국내 대형 기업들이나 통신사들은 기업 내부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은 천천히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규모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는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 인프라를 구축했거나 구축할 인력들이 태부족하다. 또 퍼블릭 클라우드의 경우 수많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하루가 머다하고 쏟아지고 있고, 이를 직접 서비스에 구축해 봤던 인력들도 국내에 많지 않다. 있다고 해도 대부분 포털 업체에 존재하지 IT 서비스 업계에는 없다.
마라톤 경주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100m 질주를 위한 접근 방식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접근하는 경영자들도 존재한다. 블로터닷넷에서는 현재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을 놓고 기업 실무자나 IT 기획자,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IT 벤더들이 느끼는 고민에 대해 진단을 해 볼 계획이다. 답을 구하기보다는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머리를 맞대보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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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1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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