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햇 20년, 오픈소스로 살아남기까지
2012년 05월 17일 (목)
ⓒ 블로터닷넷, 이지영 기자 izziene@bloter.net
상용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SS) 업체인 레드햇이 보여준 성과는 눈부시다. 설립 20년만인 올해, 레드햇은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하며 OSS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뿐인가. 40분기 연속 전년동기 대비 매출 흑자를 기록하며, OSS를 찾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음도 입증했다.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곧 없어질 SW로 평가받았던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는 어느덧 10년 된 솔루션이 됐다.
소프트웨어 시장은 더 이상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스를 공개하지 않는 대형 상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 OSS도 당당하게 소프트웨어 시장 한 자리 차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07년 다니엘 응 레드햇 아태지역 담당 마케팅 수석이사가 방한했을 당시만 해도 OSS 도입에 대한 기업 반응은 대체로 뜨뜻미지근했다. 대다수 국내기업이 유닉스와 윈도우 중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을 떄였다. 대형 상용 소프트웨어업체와는 판매 방식이 다른 레드햇의 ‘서브스크립션’을 잘 받아들이고 이해한 고객은 드물었다. 서브스크립션은 신문 구독료처럼 레드햇 솔루션에 대해 1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일정 기간별 사용 금액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레드햇이 OSS 기반의 회사기 때문이다.
“레드햇이 처음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태지역에 투자를 시작했을 때, 기업들은 OSS가 주는 가치에 대해서 잘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보안 등을 핑계로 핑계로 도입을 미뤘죠. 그래서 시장에 들어와서 레드햇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OSS로도 충분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고, 굳이 비싼 유지보수 비용을 내면서 상용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하는 오랜 시간을 거치고서야 기업들이 신뢰하기 시작했습니다. 5년 동안 한국 시장은 OSS와 관련해 놀랍도록 많은 발전을 이뤘습니다. OSS에 대한 이해는 물론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기업이 매년 늘어나고 있을 정도입니다.”
레드햇은 2001년 닷컴 붕괴 후 닷컴 업체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유닉스 서버를 저전력 고성능의 x86으로 대체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서버와 함께 그 혜택을 누렸다. 그렇다고 레드햇이 운으로만 성공한 것은 아니다.
2004년 노벨이 수세리눅스를 인수하면서 OSS를 출시한다고 밝혔을 때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다른 기업은 까다로워하는 오픈소스로 SW 플랫폼을 만들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SW를 도입할 수 있게 도왔다. 그 결과 수세리눅스를 비롯한 다양한 오픈소스 진영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IT업계에 분 클라우드 컴퓨팅 열풍도 레드햇에게 이점으로 작용했다. 국내 고객들은 가상화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면서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하드웨어 인프라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OSS를 주목했다. 특정 제조사에 종속되는 효과를 피할 수 있는 점과, 유지보수 비용 절감을 장점으로 들며 OSS를 도입했다. IBK기업은행, 한국거래소, 삼성증권 같은 금융기관을 비롯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 현대중공업, LG전자, 기상청, 정부통합전산센터, 행정안전부, 근로복지공단 모두 레드햇의 고객이다.
“우리 회사는 연혁은 짧지만, 오픈소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실한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단순히 OSS를 판매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닙니다. IBM, HP, 인텔은 물론 경쟁업체일 수도 있는 MS와도 협력해 우리의 OSS가 고객이 갖고 있는 인프라에서 잘 운영되고 있는 긴 시험 과청을 거칩니다.”
인증된 플랫폼 위에서 돌아간다는 것을 알려야 고객이 믿고 OSS를 도입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레드햇은 단순히 ‘우리 제품이 좋다’라며 고객이 무조건 사용할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OSS를 도입할 때 고객이 생각할 수 있는 많은 문제점을 미리 파악해 이를 먼저 해결하는 쪽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마케팅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많은 고객들이 윈도우 환경을 쓰고 있는 점을 고려해 레드햇 가상화 솔루션은 윈도우를 지원한다.
“레드햇은 또 많은 독립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와(ISV)와 손을 잡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운영체제와 가상화 환경을 고객이 도입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고객의 애플리케이션이 잘 작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IBM 하드웨어 인프라인 DB2 위에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 위에서 슈가CRM 같은 ISV들이 개발한 앱이 잘 사용할 수 있게끔 말입니다.”
그 덕에 엔터프라이즈 운영체제 시장 점유율을 아직은 유닉스와 윈도우에 밀리지만 성장세 면에서 리눅스를 무시할 순 없다. 2011년 6월 IDC가 자체 보고서를 통해 최후의 운영체제는 윈도우와 리눅스를 비롯한 오픈소스 기반의 운영체제라고 예측했을 정도다. 응 수석이사는 성공 요인으로 ‘커뮤니티’를 꼽았다.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레드햇도 리눅스를 혁신시키는 페도라 커뮤니티와 미들웨어를 최적화하는 제이보스 커뮤니티가 있었기에 10년 동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OSS의 힘은 커뮤니티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응 수석이사는 기업이 OSS 도입 후 문제를 경험했을 때 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인력이 있는 커뮤니티 존재 자체가 대형 상용 소프트웨어와의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사용중인 OSS의 개선 사항을 커뮤니티에 올려 다음 업그레이드에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았다.
OSS 업체인 레드햇도 예외는 아니다. 이 힘을 바탕으로 레드햇은 운영체제, 미들웨어, 가상화, 스토리지까지 클라우드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오픈소스 기반으로 고객에게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리눅스 엔터프라이즈 단일 솔루션 업체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OSS 업체라는 얘기를 듣겠다는 것이다.
“커뮤니티를 통한 빠른 업데이트, 최근 발표한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6.2,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가상화 3.0, 제이보스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플랫폼6 퍼블릭 베타, 글러스터 인수를 통한 스토리지 기반 마련까지 모든게 준비됐습니다. 앞으로는 오픈소스 기반의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로의 레드햇으로 도약하려 합니다.”
응 수석이사는 이렇게 OSS의 위상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기존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시장을 평가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로 시장을 평가하면 대형 상용 소프트웨어와 OSS의 간 사용료를 측정하는 방식이 때문에 왜곡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IDC나 가트너가 소프트웨어 시장을 평가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OSS도 이제 소프트웨어 시장의 한 축으로서 당당하게 평가받아야 합니다. 대형 상용 소프트웨어 판매량과 매출량으로만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를 평가하고, 예측하는 시대는 갔습니다.”
OSS는 대형 상용 소프트웨어처럼 매출을 늘려 시장 규모를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는 역할을 한다. MS오피스와 오픈오피스를 사용료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 예로 ‘MS오피스’는 돈을 주고 구입해야하지만, ‘오픈오피스’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MS는 구입한다는 점에서 매출을 발생시켜 시장 규모를 키운다는 말이 맞을 수 있지만, 오픈오피스는 돈을 주고 사는 솔루션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용자는 오픈오피스를 통해 그간 오피스 솔루션 사용에 들었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게 아니라 작아지는 셈이지요.”
응 이사는 독점과 비독점으로 소프트웨어 시장을 나누고, 매출로 시장을 비교하기보다 사용자가 얼마나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는지, 어느 정도 만족도를 느끼고 사용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시장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트너가 2010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업의 85%가 오픈소스를 도입해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새로운 소프트웨어 시장 평가 방법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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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110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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