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디지털 핵심 정책은 ‘오픈소스’

 

- 이지현 IT전문기자(j.lee.reporter@gmail.com) -

유럽 내 오픈소스 활동이 심상치 않다. 오픈소스 분석 자료인 ‘오픈소스 컴파스’에 따르면 독일, 영국, 프랑스는 오픈소스 기여자가 가장 많은 나라 5위 안에 들어가 있다.1) 유럽 벤처 캐피탈 루나 캐피털은 작년부터 성장성이 높은 오픈소스 기업을 분기별로 공개하는데 유럽 출신 기업들이 꽤 많다.2) 오픈소스 재단으로 유명한 이클립스 재단은 작년 본사 위치를 캐나다에서 벨기에로 이전했다.3)재단 관련 주요 커미터가 대부분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어 내린 결정이었다.

 

화룡점정은 오픈소스 정책이다. 최근에 유럽에서는 다양한 오픈소스 정책과 정부 주도 오픈소스 기술이 나오고 있다. 유럽의 오픈소스 정책을 연구하고 방향을 정해주는 싱크탱크도 존재한다. ‘오픈포럼 유럽4)’라는 단체다. 마침 이 단체는 2월 5일 ‘유럽 오픈소스 정책 서밋(The EU Open Source Policy Summit)’을 온라인으로 개최했으며, 유럽의 오픈소스 정책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행사에 참석한 인원은 300여 명으로 발표자들은 정부기관, 컨설팅, IT 기업, 오픈소스 재단 출신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전 재무장관이 나서 홍보하는 오픈소스

 

다섯 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서밋의 첫 기조연설은 현 유럽연합(EU) 집행위원 중 한 명인 티에리 브르통(Thierry Breton)이 맡았다. 그는 프랑스 내 다양한 IT 기업을 운영한 성공한 창업자 출신으로 하버드 대학교수로 활동하기도 했고 2005년엔 프랑스 재무장관직을 맡기도 했다. 그는 연설에서 “불과 얼마 전까지 오픈소스는 기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가진 유별난 취미로 여겨졌다”라며 “이제는 오픈소스로 성공적인 사업도 하고 전 세계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라며 달라진 오픈소스 위상을 소개했다. 여기에 그는 정부기관이 오픈소스에 주는 영향력을 강조하며 “오픈소스 관련 정책을 더 연구해 실질적인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집행위원
[사진1] 유럽 오픈소스 정책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집행위원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이 이런 설명을 하는 데는 지난 10월 승인된 EU 정책과 관련이 있다. 바로 EU 집행위원회에서 주도한 ‘EU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전략 2020-2023(Open source software strategy 2020-2023)5) ’라는 정책이다. 미래 디지털 전략의 일환으로 발표된 이 자료는 오픈소스 관련 원칙 6개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행동지침 사항을 명시했다.

 

오픈소스 기술을 정부가 직접 도입하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핵심은 디지털 주권 향상과 경제 효과다. 프란체스카 브리아(Francesca Bria) 이탈리아 공공혁신펀드 의장은 “유럽이 이용하는 기술은 상당수가 미국과 중국의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주권 관점에서 민감한 문제”라며 “EU는 미국이나 중국이 하던 방식대로 혁신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며, 오픈소스 기술은 우리가 추구할 적절한 방향이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독일은 EU 회원국 중에 디지털 주권을 더욱 강조하며 오픈소스 기술 도입에 관심이 많은 국가다. 그래서 작년 12월에 배포한 ‘베를린 선언6)’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선언에서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다뤘다. 베를린 선언 프로젝트에 참여한 피아 카거(Pia Karger) 디지털사회부 디렉터는 “2019년 내부 상황을 조사한 결과, 독일 연방 정부가 몇몇 IT 기업에 소프트웨어를 너무 의존하고 있었으며 이는 데이터 보호나 법적 영역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그 결과 디지털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전략을 취하기로 했으며, 한쪽에서 오픈소스 기술의 사용과 개발을, 또 다른 한쪽에서는 상업용 기술을 사용하면서 협상력을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아 카커 디렉터는 또한 “베를린 선언은 기술 내용을 정해주는 지침이 아니며 '개방형'이라는 가치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자료”라며 “디지털 관련 정책을 수행할 때 항상 개방형 원칙을 추구하고 이를 소프트웨어, 표준, 데이터 등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오픈소스 개발자는 ‘중소기업’에 있다

 

EU 당국은 오픈소스 정책을 강화하기 전에 경제성을 먼저 점검하기 위해 2019년 연구 과제를 외부에 공고했으며 프라운호퍼 ISI 연구소와 오픈포럼 유럽이 이를 1년간 수행하였다. 이번 서밋에서 두 기관이 그동안 진행했던 연구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7)

 

프라운호퍼 ISI 연구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유럽 내 오픈소스 기여자는 26만 명이었으며 이들이 커밋한 횟수는 약 3천만 회였다. 유럽의 평균 인건비를 적용하면 140억 유로(우리 돈 약 18조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활동이었고, 정규직 개발자 1만 6천 명이 작업을 해야 만들 수 있는 코드량8)이었다고 한다. 거시경제 관점에서 보면 2018년 유럽 GDP 중 0.4%가 오픈소스 업계에서 나왔으며 금액으로는 630억 유로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크누트 블라인드 박사(Knut Blind)는 “오픈소스 기여자 수가 10%를 증가할 경우 유럽 GDP는 연간 0.6%(950억 유로) 증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유럽에서 발생하는 깃허브 활동 75%가 직원이 100명 미만인 중소기업이라는 통계도 있었다. 작은 회사일수록 더 많은 코드 기여를 했다. 이런 까닭에 크누트 박사는 이 “오픈소스 기여가 10% 늘어나면 스타트업 1천 개를 육성하는 효과를 낸다”라고 밝혔다.

 

프라운호퍼 ISI 연구소는 관련 종사자 900여 명을 인터뷰하기도 했는데 이들이 왜 오픈소스를 개발하는지 조사했다. 응답자들은 1)기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특정 기업의 종속을 피하기 위해, 3)최신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4)지식을 탐구하기 위해 오픈소스 개발에 참여했다고 한다. 오픈소스 기술이 주는 혜택에 대해선 개방형 표준 및 호환성이 높아지는 점, 소스코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 상용소프트웨어 의존하지 않는 점을 주로 언급했다.

 

오픈포럼 유럽은 유럽 경제와 오픈소스를 연계해 연구한 사례는 이번에 두 번째라는 점을 강조했다. 첫 번째 연구는 2006년 나왔으며 그 당시 연구를 주도했던 루크 소에테(Luc Soete) 마스트리흐트 대학교 교수가 이번 서밋에 참여했다. 그는 “2006년에는 정부 관계자에게 오픈소스를 이용하자고 설득하는 건 일종의 전투 과정이나 다름없었다”라며 “그때 오픈소스 기술과 상용기술은 다윗과 골리앗 관계 같았다”라고 표현했다. 여기에 “그때 골리앗은 MS와 같은 기업이었는데 지금 MS와 오픈소스의 관계를 보고 있노라면 15년간 오픈소스 업계가 엄청나게 변화했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유럽 오픈소스 정책 서밋 2021 발표자들

[사진2] ‘유럽 오픈소스 정책 서밋 2021’에서 토론하고 있는 발표자들

 

 

정부, 대학까지 확장되는 ‘오픈소스 프로그램 사무소’

 

오픈포럼 유럽이 발표한 자료에서는 정책 관련자들을 위한 오픈소스 가이드라인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오픈소스 프로그램 사무소(Open Source Program Office, OSPO)였다. OSPO는 기업이나 단체에서 오픈소스 기술이 퍼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부서나 팀을 뜻한다. 이날 서밋에서는 데보라 브라이언트(Deborah Bryant) 레드햇 디렉터가 OSPO 담당자를 ‘문화 큐레이터’이자 교육가, 정보 제공자, 오픈소스 자료 관리자 역할을 아우르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는데 많은 참가자가 이에 공감했다.

 

OSPO가 조직 안에 있을 경우 좀 더 체계적인 오픈소스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구글, 우버, 버라이어즌 같은 몇몇 오픈소스 친화적인 IT 기업에서 OSPO 팀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에는 정부기관과 대학에서 OSPO를 설립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먼저 EU 집행위원회가 직접 OSPO를 설립했다. 자이지스 힐레니어스(Gijs Hillenius) 유럽연합 OSPO 담당자는 “OSPO 설립 이후 오픈소스 관련 소통을 새롭게 할 수 있었으며 각 당국이 오픈소스 전략을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지 잘 점검할 수 있었다”라며 “특히 라이선스 같은 법적인 장벽을 없애서 유럽연합 당국이 오픈소스 코드를 더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EU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전략 2020-2023에 나온 지침 사항

[사진3] EU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전략 2020-2023에 나온 지침 사항. OSPO 설립을 권고하고 있다.

(출처 : https://ec.europa.eu/info/sites/info/files/en_ec_open_source_strategy_2020-2023.pdf

 

유럽은 아니지만,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은 학계에서 처음으로 OSPO를 설립했으며 이번 서밋에서 그 과정을 공유했다. 이들은 작년에 코로나 바이러스 통계 정보를 공유한 서비스9)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것을 계기로 OSPO를 도입했다. 사이드 차우더리(Sayeed Choudhury)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그동안 대학에서 만들 수 있는 성과물에는 크게 논문, 데이터, 소프트웨어가 있다”라며 “OSPO는 연구 결과물을 오픈소스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연구원 상당수가 특허, 지적재산권, 상용 제품을 넘어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 연구물을 만들고 싶어 한다”라며 “나에게 오픈소스 기술이 그런 의미였다”라고 밝혔다. OSPO 설립 이후 존스홉킨스 대학에서는 부서 간 새로운 협업을 추구할 수 있었고, 학생들에게도 오픈소스 기술을 가르치는 기회를 늘릴 수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서밋에서는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에도 논의가 많이 됐다. 마이크 밀린코비치(Mike Milinkovich) 이클립스 재단 이사는 “그동안 우리는 '오픈(open)'에만 너무 집중했으며, '협업(collaboration)'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만드는 데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라며, “깃허브에 기술 몇 개 던져놓는다고 바로 오픈소스 문화가 생기지 않는다, 오픈소스 재단들이 협업 문화가 꽃필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르코 보엠(Mirko Boehm) 다임러 오픈소스 엠배서더는 “코로나 관련 오픈소스 앱이 공개되고 여러 정부가 서로 기술을 포크(fork)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함께 협업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라며 “오픈소스 기술로 서로 배운 점이라도 공유한다면 오픈소스가 가진 잠재력을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참고문헌

 

 

- Open UP -

* 이 기사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Open UP과 이지현 IT전문기자가 공동으로 기획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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