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가상화, OS냐 저장공간이냐

LG전자가 VM웨어와 손잡고 스마트폰 하나에서 2개의 운영체제를 띄우는 ‘VM웨어 스위치’를 스마트폰에 넣어 북미 지역에서 상용화한다고 5월16일 밝혔다. 이 기술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에 깔린 안드로이드 위에 가상화로 또 하나의 운영체제를 띄우는 것이다. 윈도우7 PC 안에 창으로 가상의 윈도우XP 컴퓨터를 여는 것처럼 개인용으로 쓰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위에 또 하나의 안드로이드를 띄우는 방식이다.

LG전자가 도입한 VM웨어 스위치는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는 하나이지만 2개의 별도 기기를 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출근길에는 일반 스마트폰 그대로 개인정보를 담고 카메라, 저장공간, 앱 설치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회사에 도착하면 가상화된 회사용 스마트폰 OS가 뜬다. 이 안에는 회사에서 지정한 앱을 설치하고 금지된 앱들은 제한된다.

필요에 따라 카메라, 메모리, USB 등이 차단되고 하드웨어 사용 내역 등이 필요에 따라 관리될 수 있다. 업무용도로만 지급된 스마트폰으로 변하는 셈이다. 정보는 별도 이미지로 된 저장공간 안에 보관되고 퇴근과 동시에 업무용 운영체제 레이어는 종료돼 보안 유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분실이나 도난시에도 정보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그 동안은 제품이 별로 없었다. 단순히 솔루션만 얹으면 되는 게 아니라 직접 스마트폰에 설계부터 설치돼야 하기 때문에 제조사의 협력이 필요하다. 실제 제품은 올해 들어서야 선보이고 있다.

이 가상화 기술도 VM웨어가 2년 전에 발표한 바 있지만, 실제 상용화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현재 LG전자의 인튜이션(북미판 옵티머스 뷰), 모토로라 레이저M 등의 제품에 우선적으로 적용되고 다른 제품이나 통신사로 출시가 확대될 전망이다.

운영체제 대신 저장공간을 가상화해서 잠그는 방법도 있다. 스마트폰의 정보를 개인용과 업무용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미리 지정한 버튼을 누르거나 스마트폰에 업무용으로 쓴다는 신호를 보내면 회사에서 규칙에 따라 미리 정해둔 업무용 앱, e메일, 일정, 연락처에 접근할 수 있게 되고 이 앱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기본 안드로이드 대신 별도의 공간에 보안을 걸어 저장한다.

스마트폰을 해킹하거나 분실해도 이 공간은 함부로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안 걱정을 덜 수 있고 이 공간은 기업을 통해 관리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언제든 원격으로 이미지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

VM웨어의 ‘모바일 호라이즌 옥토퍼스’, 블랙베리의 ‘퓨전 밸런스’ 그리고 최근 삼성전자가 ‘녹스’를 발표하며 유명해진 방식이다.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가상 공간에 데이터만을 따로 격리하고 운영체제가 직접 저장 공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둘 다를 고려한 솔루션도 있다. 레드벤드의 ‘v로직스 모바일’은 PC 운영체제의 가상화와 비슷하게 하이퍼바이저 위에 여러 개의 운영체제를 올린다. 2개의 운영체제를 오가며 쓸 수도 있고 다른 운영체제를 데이터 보관 창구로도 쓸 수 있다. 실제 파나소닉은 이 솔루션을 도입해 안드로이드와 보안용 리눅스를 함께 올린 뒤 업무용 정보는 리눅스에 별도 보관한다. 2개 운영체제가 돌아가지만 솔루션이 업무용 데이터를 알아서 리눅스에 보관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어렵게 사용법을 익힐 필요 없이 일반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것처럼 작동한다.

이런 가상화 솔루션은 꼭 기업용 스마트폰에만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카 영역에서도 보안이 든든한 가상 공간에 또 하나의 안드로이드를 띄우는 SE안드로이드가 직접적으로 적용을 노리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격리시켜 운행중 작동을 멈춰도 가상 공간 안에서만 생기는 문제로 본래 자동차 관련 시스템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 윈드리버가 이 기술을 IVI 기술을 공유하는 제니비 연합에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