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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는 도구일 뿐"…프로그래머 출신 대만 장관의 SW교육관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7-04-18 08:45:48 게시글 조회수 3986

2017년 4월 18일 (화)

ⓒ 지디넷코리아, 임민철 기자


디지털정무위원 오드리 탕 "미디어 문해·협업 능력 함께 필요"


정부 정책에 따라 내년부터 초중등 소프트웨어(SW) 교육이 단계별로 의무화된다. 중고등학교에선 내년(2018년)부터, 초등학교에선 내후년(2019년)부터다. 학생들에게 컴퓨팅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능력을 심어 여러 분야 문제를 창의적, 효율적으로 풀게 한단 취지다.


SW교육의 목표 달성을 위해 어려서부터 프로그래밍 언어 습득이 필요하다는 합의는 아직 없다. 학생의 관심사와 적성에 무관한 코딩교육이 강요될 우려가 나왔다. 이미 대거 문을 연 '코딩학원'의 수강생 유치 경쟁이 한창이다. 불확실한 교육정책에 불안한 학부모 심리를 파고든 분위기다.


이름난 SW전문가와 교육전문가는 있지만 SW교육 전문가를 찾긴 쉽지 않다. 어떤 SW교육이 필요한가를 둘러싼 혼란이 크다. 대만의 차기 정규교육과정 입안에 참여하고 이제 디지털정책을 담당하는 장관급 공무원의 교육관을 참고하면 어떨까. 마침 지난주 방한한 대만의 오드리 탕(Audrey Tang) 디지털정무위원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자국의 SW교육 방식과 그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만에서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초등학교가 아니라 중학교부터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초등학교에선 컴퓨팅적 사고와 디자인적사고(design thinking)를 가르칩니다. SW는 특정한 이슈를 풀기 위한 여러 도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대만 오드리 탕(唐鳳, 탕펑) 디지털정무위원은 2017년 4월 1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코드게이트2017 컨퍼런스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1981년 4월 출생인 그는 만 12세에 학교를 중퇴, 독학으로 프로그랭을 배웠고 만 35세가 된 지난해 8월 위원으로 발탁돼, 최저학력-최연소 장관이라 회자됐다.

대만 오드리 탕(唐鳳, 탕펑) 디지털정무위원은 2017년 4월 1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코드게이트2017 컨퍼런스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1981년 4월 출생인 그는 만 12세에 학교를 중퇴, 독학으로 프로그랭을 배웠고 만 35세가 된 지난해 8월 위원으로 발탁돼, 최저학력-최연소 장관이라 회자됐다.


이어지는 발언은 초등학교 학생에게 당장 뭘 가르칠것인가보다 뭘 배우든 앞으로 어떻게 더 잘 배우게 할지를 중시했다는 함의를 보여 준다. 코딩 기술보다 사고력과 미디어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문해(media literacy)' 능력이 광범위한 문제 해결에 유용하다는 뉘앙스다.


"컴퓨팅적사고, 디자인적사고에 더해 미디어문해 능력은, 어떤 분야를 배우든 쓸 수 있는 광범위한 스킬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커리큘럼을 설계할 때 단지 외국어처럼 SW를 숙달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적사고, 컴퓨팅적사고, 미디어문해 능력을 각각의 모든 과목에 통합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어떤 방식이 더 좋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건 대만 교육자들의 합의로 내려진 결정이었습니다."


그의 답변은 대만의 SW교육이 코딩이나 SW관련 지식 자체보다 컴퓨팅 및 디자인적 사고력과 미디어 문해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로 이해된다. SW지식은 도구일 뿐, SW교육의 중요한 목표는 다른 것이라는 메시지다. 이는 아래 첨언에서 좀 더 분명해진다.


■"배울 대상보다 배우는 방식과 협력가능성이 미래 교육의 관건"


"우리가 전혀 다른, 모르는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게 중요합니다. 펜과 종이만 쓰게 해 고립되게 할 게 아니라, 첨단 기술을 함께 할용해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모르는 사람과 협업해 감정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하고, 이런 경험을 워크숍에서 발표하게 하는 과정을 진행합니다. SW는 이런 일을 실현하는 수단 내지 (교육 과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이런 탕 위원의 발언은 그 자신이 유명 프로그래머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한층 인상적이다. 그는 만 12세에 학교를 중퇴해 코딩을 독학으로 배웠다. 만 15세에 처음으로 자기 IT회사를 창업해 운영하다 매각하고, 애플과 벤큐 등 IT회사를 상대로 컨설팅 역할을 맡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성공한 창업가이자 천재 개발자의 명성을 쌓은 뒤 지난 2016년 8월 장관급 고위직에 발탁된 셈이다.


SW지식 자체보다 미디어문해력을 중시하는 그의 생각은 위원직을 맡기 전 대만의 국가교육아카데미(NAER)에서 차기 교육과정 구성에 참여한 경험의 연장으로 보인다. NAER는 대만의 정규교육과정을 연구개발하는 교육부 산하기관이다. 탕 위원은 여기서 내년도부터 적용될 커리큘럼 디자인에 참여했다며, 그 정책적 방향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내년부터 우리는 처음에 뭘 가르칠까에서 처음에 뭘 배울까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춘 커리큘럼으로 전환합니다. 기술이 고도화하는 미래에는 우리가 만 7살에 입학한 사람들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 도래할 기술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뭘 어떻게 배울지를 배우고, 어떻게 다른 사람뿐아니라 인공지능과도 협력할지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IT와 미디어문해력에 주안점을 두고 디자인했습니다. 수업이 아니라요."


탕 위원의 견해는 또 코딩보다 협업에 무게를 뒀다. 이는 그의 프로그래밍 활동 기반이 협업과 소통을 중시하는 오픈소스SW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는 여러 오픈소스SW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프로그래밍 언어 '펄6' 컴파일러를 구현한 퍼그스(Pugs) 프로젝트를 시작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제가 공공서비스에서 하려는 일은 모든 공무원들이 협업을 위해 직접 최신 SW 도구를 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최선의 SW도구를 쓰더라도 고립돼 있다면, 그들은 그걸 펜과 종이처럼 여길 뿐입니다. SW도구의 의의는 수백, 수천명의 사람이 함께 일하게 만들어줄 때, 그리고 사람들이 울타리(silos)를 뚫고 나올 때 발휘됩니다."


■"규칙을 만드는 건 정부 역할이 아니다"


탕 위원의 업무범위를 고려한다면 그가 대만의 SW교육 정책 방향을 대표하는 인물은 아닐 수도 있지만, 아예 무관하지도 않다. 그는 SW교육을 비롯한 여러 정부 부처와 교류한다. 정부가 시민들과 더 잘 소통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게 그의 핵심 업무다. 그는 자신의 일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제가 주력하는 부분은 '열린 정부'입니다. IT로 시민과 정부간의 경청, 감정과 경험의 공유를 돕는 거죠. 중요한 건 우리(정부 측)의 생각과 마음가짐을 바꾸는 겁니다. 정부는 '우리가 다 알고 있다'거나 '모든 게 계획돼 있다'기보다는, '아무 것도 모른다' 혹은 '사회에 물어보겠다'는 입장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탕 위원은 규칙을 만드는 건 정부 역할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왜일까.


"시민 사회는 이미 성숙돼 있습니다. 관료들은 정책을 세울 때 더 이상 아이를 위해 부모가 모든 걸 정해주는 방식을 쓸 수 없습니다. 여러 이해당사자가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을 모아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정부의 역할은 규칙을 만드는 게 아니라, 모두가 그 규칙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운영되는 정부라면 SW교육 정책 방향도 시민의 의견을 모아 만들어갈 것이다. 정부가 이런 과정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을 활용케 만드는 게 탕 위원의 역할이다.


■"낯선 사람 믿고 그들과 협력할 줄 알아야…인터넷 세대는 잘 하는데 공무원들은 어려워해"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공공서비스를 바꾸는 겁니다. 시민사회나 비정부기구(NGO) 등 민간 영역은 기술 발달로 많은 변화를 이뤘습니다. 반면 공공부문은 기술 적용이 매우 느리고, 적용하더라도 관료주의와 행정적 문제로 일하는 속도가 더딥니다. 부처를 막론하고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낡은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디지털 기술의 활용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탕 위원은 SW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역할이 공무원들에게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게 할뿐아니라, 협력해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기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구체적인 메시지는 탕 위원이 앞서 자국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한 SW교육의 목표와도 일맥상통했다.


"여러분이 낯선 사람(stranger)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그들을 믿을 수 있는 잠재력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가 '스위프트트러스트(swift trust)'라고 부르는 모델입니다."


공무원들에게 SW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만만찮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기성 세대로서 서로가 누군지 알지 못하는 인터넷 세계에서 상대를 믿고 힘을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체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새로운 SW교육의 대상이 될 어린 학생 세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탕 위원은 첨언했다.


"이건 날 때부터 인터넷을 접한 젊은이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공무원들에게 이 아이디어가 와닿게 하려면 수많은 워크샵, 실험, 그리고 체험 활동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낯선 사람을 믿고 그들의 경험과 느낌을 나눌 수 있게 됩니다. 이게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SW는 실현수단(enabler)일 뿐입니다. 공무원들도 이 훈련의 일환으로 SW를 배웁니다만, 단지 도구를 익히려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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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7041808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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