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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창대했으나...' 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흥망 이야기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7-02-13 01:36:49 게시글 조회수 4698

2017년 2월 11일 (토)

ⓒ CIO Korea, Paul Rubens | CIO



사이아노젠모드(CyanogenMod) 모바일 펌웨어 프로젝트를 알고 있는가? 이 프로젝트가 뜨고 지기까지의 이야기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기회와 위험성을 간명히 보여주고 있다.

8년 전, 모바일 소프트웨어 분야를 떠들썩하게 한 사이아노젠모드(CyanogenMod)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있었다. 이 안드로이드 기반 오픈소스 모바일 운영체제는 등장과 동시에 개발자, 안드로이드 팬, 그리고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테크놀로지 거인들 역시 이 프로젝트에 흥미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결국 사이아노젠모드는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중단됐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대한 몇 가지 의미 있는 시각을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사이아노젠모드 로고
사이아노젠모드 로고


프로젝트의 시작은 꽤나 순수했다. 2008년, 개발자인 스티브 콘딕(Steve Kondik)은 루팅(rooting)된 안드로이드 모바일폰에 설치할 변종 펌웨어를 개발하고 여기에 자신의 온라인 닉네임이었던 ‘사이아노젠(시안화 수소의 산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색의 유독 가스다)’에서 딴 ‘사이아노젠모드’라는 이름을 붙인다.

개발자들이 펌웨어 변종을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안드로이드 자체가 오픈소스 운영체제였기 때문이다. 공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아노젠모드는 독자적인 커뮤니티를 구축한 하나의 프로젝트로 거듭나게 된다.

커뮤니티의 주축을 이룬 것은 이후 팀 두쉬(Team Douche)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 해커 그룹이었다. 프로젝트는 기트허브(GitHub)를 통해 호스팅 됐고, 정기적인 배포 사이클을 갖췄다. 증가하는 안드로이드 기기에 대응할 수 있는 규모였다.

그러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 2009년 말 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둘러싼 심각한 법적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들에 적용된 안드로이드 펌웨어는 오픈소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더불어 일군의 구글 앱(지메일, 구글 지도, 구글 안드로이드 앱 스토어(현재의 구글 플레이), 유튜브)를 포함하고 있다. 구글은 벤더들이 배포하는 펌웨어에 이 자체 앱들에 대한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사이아노젠모드와 같은 펌웨어 변종들에 대해서는 그 사용권이 보장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구글은 자사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이후 구글 측은 콘딕에게 사이아노젠모드에서 구글 앱들을 제거할 것을 정식으로 요구하는 ‘정지 명령’을 발송했다. 이것이 심각한 문제였던 이유는 사용이 정지된 구글 앱들이 사용자들을 안드로이드 환경으로 이끈 핵심 요소였다는데 있다. 여러 앱들, 특히 구글 앱 스토어가 없다면 대안 펌웨어 배포판은 그 가치를 크게 상실할 수 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관련해 취한 이 조치는 그리 유별난 것이 아니었다. 맥락의 차이는 있지만, 시장의 많은 기업들은 무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것의 기능성을 확장하는 독점 애드온이나 부가 서비스, 지원 기능 등, 그 오픈소스 코드에 기반한 상품의 판매 역시 진행하고 있다.

구글이 인큐베이팅한 컨테이너 관리 및 조정 툴 쿠베르네티스(Kubernetes)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쿠버네티스는 코어OS(CoreOS)의 텍토닉(Tectonic) 플랫폼 등 다수의 상용 컨테이너 관리시스템의 근간을 구성하고 있다.

단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수익화를 위해 모바일 앱들을 판매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례와 안드로이드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지메일이나 유튜브 등에 광고 모델을 적용하는 시도는 이뤄지고 있다.)

구글의 조치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개발자, 관계자들의 강력한 빈축을 샀고, 결국 구글 측은 태도를 바꿔 휴대폰의 원본 펌웨어로부터 자사 전속 앱들을 백업해 사이아노젠모드에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리고 현재는 아이러니하게도 구글 앱들이 오픈G앱스(OpenGApps)라는 이름으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올라와 있는 것을 만나볼 수 있다. 변형 펌웨어들이 앱을 설치하기가 보다 수월해진 것이다.)

이후 2013 콘딕은 자신들의 방향성을 일부 수정하게 된다. 사이아노젠모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콘딕은 사이아노젠(Cyanogen Inc.)라는 벤처 후원 비즈니스를 설립해 보다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상품화하고자 했다. 그는 시애틀과 팔로알토 두 곳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총 17명의 직원을 운영했다. 당시 콘딕은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자신의 동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우리가 CM(사이아노젠모드의 약자)를 통해 이룩하고자 했던 목표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멋진 무언가를 함께 만드는, 전에 없이 거대한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이런 커뮤니티는 우리에게 분명 필요한 존재였다. 그리고 이번 결정은 이 목표를 위해 가능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리는 그간 큰 성장통을 겪으며 목표한 성장을 나름대로 이뤄왔다. 힘겨운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한가지 의문을 해결해보고자 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장벽들이 사라진다면, 그리고 우리의 시간 전부를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우리의 지평은 얼마나 더 넓어질 수 있을까?”

사이아노젠은 벤치마크 캐피탈(Benchmark Capital)을 통해 시리즈 A 펀딩 방식으로 7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벤치마크 캐피탈은 오픈소스 빅 데이터 애널리틱스 프로젝트 하둡의 상용 버전 판매 업체인 호튼웍스(HortonWorks)나 레드햇(Red Hat) 등 유명 오픈소스 비즈니스들을 후원해온 기업이다.

Terri Haas for CIO


레드햇과 호튼웍스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그러나 설립 한달 만에 첫 상용 상품 사이아노젠OS 를 선보인 사이아노젠이 이 선도자들처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당시로서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사이아노젠 OS는 사이아노젠모드에 기반을 둔 펌웨어 배포판으로, 구글 플레이 등 구글 전속 앱 및 오디오FX, 갤러리, 테마 추저, 테마 스토어 등 일명 C-앱(C-Apps)로 알려진 사이아노젠의 자체 앱들을 포함해 이용 편의성을 개선해가기 시작했다.

사이아노젠모드는 1,000만 이상의 사용자 기반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샤오미(Xiaomi), OPPO, 원플러스(OnePlus, OPPO의 계열사다) 등 중국 휴대전화 제조사들과 기술 라이선싱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시점부터 상황은 이상하게 전개된다. 2014년 10월, 구글이 사이아노젠 인수 논의를 전면 철회한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이에 대응해 사이아노젠 측은 다른 기업들로부터의 투자를 물색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당시 사이아노젠이 자체 평가한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 선이었다.

시간이 지나 2015년 초, 월 스트리트 저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이아노젠에 대한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자사 윈도우 기반 모바일 플랫폼을 폐기하고 사이아노젠OS 기반 도구를 활용해 신형 안드로이드 기반 마이크로소프트 폰의 근간으로 삼는 계획을 고려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고,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출시하는 전략을 개시했다. 이어 2015년 4월, 사이아노젠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하며 마이크로소프트 앱 및 서비스를 자사 사이아노젠 OS에 통합하는 등의 협력 구상을 소개했다.

이후(12.11 업데이트를 통해) 사이아노젠 OS는 마이크로소프트 앱 및 서비스를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열기’ 메뉴를 통해 지원함으로써 OS가 미 지원 파일 유형을 접했을 때 관련 앱을 제안하는 변화를 적용했다.

이와 별도로 진행되던 원플러스와의 파트너십의 경우 두 회사 간의 입장 충돌로 인해 와해되고 만다. 이와 관련해 사이아노젠의 실수로 인해 인도에서 발생한 한 사건이 이 파트너십 결렬에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이아노젠은 인도 시장에서 저가 스마트폰 제조사 마이크로맥스(MicroMax)와 독점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로 인해 원플러스가 인도 시장에서 판매하던 사이아노젠 OS 기반 헤드셋이 일시적으로 판매 금지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사이아노젠의 내리막길은 2016년 한층 가속화됐다. 16년 중반 이들 기업은 다수의 직원을 정리해고 하고, 시애틀 지사의 경우 아예 그 운영을 중단했다. CEO 키트 맥마스터는 사임했고, 콘딕 역시 이사회에서 내려와야 했다. 11월 콘딕은 공식적으로 회사를 떠난다고 발표했고, 본 기사와 관련한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2월 23일, 사이아노젠은 다음과 같은 짤막한 공고를 내놓는다: “그간 이뤄져 온 사이아노젠의 정리 과정의 일환으로, 자사의 모든 서비스 및 사이아노젠 지원 빌드들은 16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전면 중단됩니다. 단 개인적인 사이아노젠 모드 구축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우리의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소스 코드는 지속적으로 이용이 가능합니다.”

정리하자면 사이아노젠모드라는 이름 자체는 남아있지만, 활성 프로젝트로서의 수명은 사실상 끝난 것이다. 사용자들에게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그들이 완전히 버림받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이아노젠의 기존 사용자들은 간단한 조치 만으로 운영중인 다른 대안 펌웨어, 혹은 기기의 본 펌웨어로 이전이 가능하다.

(만약 비즈니스의 차원에서 이용해오던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스폰서가 사라지고 다른 명확한 대안도 없는 경우라면, 상황은 이처럼 다행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어떤 기업이 소스 코드를 취해 자체 개발 작업(또는 개발 의뢰)를 진행하거나, 다른 누군가가 프로젝트를 맡는 상황을 기대해볼 수는 있겠다.)

그리고 사이아노젠모드에게 바로 이런 상황이 일어났다. 사이아노젠모드 커뮤니티의 몇몇 구성원은 사이아노젠 측과 독립된 별도의 이름으로 이 프로젝트를 지속해볼 계획을 세웠고, 그에 따라 코드를 분파한 리니어지OS(LineageOS)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상업 조직에 의해 버림받은 프로젝트가 지속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리브레오피스(LibreOffice) 프로젝트는 오픈오피스(OpenOffice)가 오라클에 의해 버림받은 이후 분파된 경우고, 스위트CRM(SuiteCRM)의 경우 슈거CRM(SugarCRM)이 자사 CRM 상품의 오픈소스 버전 배포를 중단한 이후, 그리고 놈 리눅스(Gnome Linux) 데스크탑 환경의 파일 매니저인 노틸러스(Nautilus, 현재는 놈 파일즈(Gnome Files)로 명칭이 변경됐다)는 이젤(Eazel)이 비즈니스를 중단한지 오래인 현재까지도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솔루션이다.

오라클이 MySQL을 인수한 후에도 유사한 상황이 전개됐지만, 이 경우에는 커뮤니티의 기존 구성원들이 아닌, 오라클을 배척해온 개발자들이 마리아DB(MariaDB)라는 평행 프로젝트 지속을 선택한 것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사이아노젠모드의 작업을 계승함으로써 리니어지OS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현재로선 확정적인 해석을 내놓긴 어려운 상황이다. 본 기사를 기획하며 개발진 측에 관련 문의를 전달했지만, 아직 답변이 없는 상태다.

다만 리니어지OS의 앞길에 놓인 한가지 문제는 추측이 가능하다. 사이아노젠모드는 매우 복잡한 프로젝트이며, 당시의 성과를 거두는 데에는 1억 달러 선으로 추정되는 벤처 펀딩의 역할이 주효했다. 즉 리니어지OS 역시 후원을 제공할 상업 기관을 찾지 못한다면 그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는 것이다.

스위트CRM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후원사인 세일즈애자일리티(SalesAgility)의 CEO 그렉 소퍼는 “(한차례 버림받은) 프로젝트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와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정성적 조건이 갖춰지더라도, 상업 기관의 개발 후원이 없다면 리니어지OS 같은 프로젝트가 지속되기엔 현실적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투자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리니어지OS 역시 고사하고 말 것이라 본다”라고 분석했다.

소퍼의 말처럼 리니어지와 같은 프로젝트가 헌신적인 커뮤니티 차원의 노력만으로 생존, 번창하기란 불가능한 일일까? 답은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 Paul Rubens 는 영국에 거주하는 테크놀로지 저널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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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ciokorea.com/news/3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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