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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시작한 리눅스, 재미보다 큰 것 주다

OSS 게시글 작성 시각 2016-08-23 17:35:50 게시글 조회수 3363

2016년 8월 23일 (화)

ⓒ 지디넷코리아, 김익현 기자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리누스 토발즈에게


1991년 8월25일. 핀란드 헬싱키대학 재학생이던 당신은 한 뉴스그룹에 메일을 보냅니다. ‘미닉스’란 운영체제에서 가장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담은 메일이었습니다.


그 메일에서 당신은 “386AT 클론용 (공짜) 운영체제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4월부터 준비해 왔으며, 이제 준비가 다 됐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 메일을 보낼 때 당신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때론 사소해보이는 것이 중요한 역사의 실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당신이 그날 보낸 메일이 바로 그랬습니다.


그 메일은 이후 리눅스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으니까요. 오는 25일이면 리눅스가 탄생 25돌을 맞게 됩니다.


리눅스 개발자인 리누스 토발즈. (사진=리눅스 재단)

리눅스 개발자인 리누스 토발즈. (사진=리눅스 재단)


■ "25년 전 당신이 보낸 이메일은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


리눅스 탄생 25돌을 맞아 당신께 편지 한 통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역사적인 그날’ 당신이 뉴스그룹에 보냈던 메일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문구가 눈에 띄더군요. 공짜 운영체제를 만들고 있다는 부분에 괄호를 친 뒤 새겨넣은 문구였습니다. 그 부분에 이렇게 돼 있었습니다.


“그냥 취미로. gnu처럼 거대하거나 전문적이진 않을 것이다.(just a hobby, won’t be big and professional like gnu).”


제가 저 문장에서 주목한 건 ‘그냥 취미로’란 부분이었습니다. 언뜻 보기엔 대학생 개발자가 쑥스러움을 피하기 위해 삽입한 문구 정도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당신이 보여준 모습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단순한 겸양의 표현만은 아니란 걸 쉽게 짐작할 겁니다.


리누스 토발즈가 지난 해 10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리눅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지디넷)

리누스 토발즈가 지난 해 10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리눅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지디넷)


당신은 2001년 자서전을 한 권 낸 적 있습니다. 그 책 제목이 ‘Just for Fun’이었지요. 우리 말로 옮기면 ‘그냥 재미로’ 정도가 됩니다. 부제 역시 ‘우연한 혁명 이야기(the story of accidental revolutionary)’였습니다.


그 책 서문에서 당신은 이런 말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재미있는 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리고 이건 보다 중요한 조건인데요, 만약 우리가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렇게하도록 하지요." (리누스 토발즈 '그냥 재미로' 중에서)


리눅스가 소프트웨어 지형도에 미친 영향은 ‘재미’ 수준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누(GNU)’처럼 전문적이지도 방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론 정반대였습니다. 리눅스는 ‘그누’가 이뤄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해냈으니까요.


토발즈가 지난 2001년 출간한 'Just for Fun'

토발즈가 지난 2001년 출간한 'Just for Fun'


(참고로 그누를 리처드 스톨만이 주도한 또 다른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였습니다. GNU는 ‘GNU is not Unix’란 문구의 약어입니다.)


당신이 주도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리눅스’란 이름이 붙는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그냥 취미로’란 당신의 생활 태도가 그대로 묻어 있는 듯 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처음엔 ‘미눅스’였습니다. 1991년 당신이 처음 뉴스그룹에 이메일을 보낼 때도 ‘미눅스’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엔 리눅스란 가칭을 사용했지요. ‘리누스의 미눅스(Linus’s MINIX)’란 의미였다고 하네요. 미닉스는 그 무렵 유행하던 유닉스 계열 운영체제 이름입니다.


그런데 당신 이름인 ‘리누스’가 붙어 있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던가 봅니다. 그래서 한 땐 ‘프릭스(Freax)’란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지요. 유닉스(UNIX) 계열의 운영체제란 의미가 담긴 말이었지요. 앞부분에 붙은 ‘프리’는 괴짜스러운(freak) 혹은 자유로운(free)이란 의미를 담았다고 하지요.


그런데 막판에 주변 친구들이 프릭스란 이름을 영 마음에 들어하지 않은 덕분에 개발 당시 가칭이던 리눅스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 1만행 남짓했던 리눅스 커널, 이젠 2천200만행으로


스무살을 갓 넘긴 당신이 1991년 처음 선보인 리눅스는 약 1만 행 정도의 소스코드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픈소스답게 여러 개발자들이 가세하면서 소스코드 규모가 눈덩이처럼 늘어났습니다.


리눅스 1.0 버전이 공개되던 1994년 3월 경에는 운영체제로 상당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리눅스가 관심을 받으면서 당신도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리처드 스톨만을 비롯한 오픈소스 운동의 전설적인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지요.


하지만 ‘재미’와 ‘자유’를 추구하는 당신은 여전히 20대 초반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1996년 대학을 졸업한 이후 한 때 미국 칩 제조업체 트랜스메타 등에 몸 담았던 걸 제하면 지금도 여전히 ‘현역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리눅스 마스코트 펭귄

리눅스 마스코트 펭귄


리누스 토발즈.


이제 40대 후반을 향해 가는 당신의 삶은 리눅스를 빼놓곤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아보입니다. 탄생 25돌을 맞아 리눅스재단이 내놓은 보고서에는 2005년 이후 1천300개 회사 1만3천594명의 개발자가 리눅스 개발에 힘을 보탰다고 돼 있습니다.


최근 15개월로 범위를 좁혀도 500개 기업 5천62명의 개발자들이 리눅스에 지혜를 더해줬다고 합니다.


처음 당신이 만들었던 리눅스 0.01 버전은 1만행이 채 안 되는 코드로 구성돼 있었지요. 하지만 이젠 2천200만행에 이를 정도로 정교해졌습니다. 수많은 집단지성들이 힘을 보탠 덕분이겠지요.


리눅스재단은 이런 수치와 함께 “리눅스는 전 세계 오픈소스 프로젝트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자신 있게 선언하고 있습니다.


■ 재미와 자유는 당신의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가치


늘 자유와 재미를 강조했던 당신.


이제 40대 후반을 향해 가는 당신의 삶 중 25년은 리눅스 역사와 겹쳐 있습니다. 사회를 향해 뭔가 발언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전부 리눅스와 연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물론 전 개발자도, IT 해비유저도 아니어서 리눅스에 대해 잘 알진 못합니다. 하지만 당신을 비롯한 오픈소스 운동가들이 강조한 자유와 개방정신 덕분에 지금도 수 많은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리눅스를 활용하면서 지혜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리눅스 탄생 25주년을 기념하는 리눅스재단의 홍보물.

리눅스 탄생 25주년을 기념하는 리눅스재단의 홍보물.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신이 ‘그냥 재미로’ 시작했던 리눅스 프로젝트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 이상의 것’을 선사해주고 있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리눅스 탄생 25주년을 축하합니다. 물론 리눅스의 밑거름이 된 당신에게 진한 고마움을 담아서요.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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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 http://www.zdnet.co.kr/column/column_view.asp?artice_id=2016082314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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